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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FOCUS 2026.10.03
culture

작품은 국가가 보존한다, 작가는 어디까지 보호받나

2026.10.03 · 장민혜

사진 = AI 생성

[씬포커스 = 장민혜 기자]

웹소설 UCI 124만여 건, 12월부터 국가 납본…1조3500억 산업 뒤 창작자 권리의 현주소

한때 인터넷에서 소비되고 사라지는 장르문학 정도로 여겨졌던 웹소설이 국가가 수집하고 보존하는 기록물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국립중앙도서관은 2025년 9월부터 온라인에서 연재되는 웹툰과 웹소설에 UCI(Universal Content Identifier·콘텐츠식별체계)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발급된 UCI는 154만여 건. 이 가운데 웹소설이 약 124만 건, 웹툰이 약 30만 건을 차지한다. 오는 2026년 12월 3일부터는 「도서관법」 개정에 따라 UCI를 부여받은 웹툰과 웹소설도 국립중앙도서관 납본 대상이 된다.

여기서 124만 건을 ‘웹소설 124만 작품’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UCI는 디지털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식별하기 위해 붙이는 번호로, 연재형 콘텐츠의 관리 단위와 작품 제목 수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보다 웹에서 연재되고 소비되는 콘텐츠가 국가의 수집·보존 체계 안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웹소설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작품을 국가가 보존해야 할 문화적 기록으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면, 그 작품을 생산하는 창작자의 노동과 저작권, 수익을 보호하는 제도 역시 그만큼 성장했을까.

1조3500억원이 된 시장, 작가가 받는 돈은

웹소설은 더 이상 작은 시장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웹소설 산업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웹소설 시장 규모는 약 1조3500억원으로 추정됐다. 2022년 1조390억원과 비교하면 3110억원 증가했다. 조사에는 콘텐츠공급사(CP) 152곳과 플랫폼 10곳, 창작자 800명, 이용자 811명이 참여했다.

산업의 외형만 보면 이미 ‘1조원 시장’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창작자 조사로 시선을 옮기면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조사에 참여한 창작자들의 전체 수입 가운데 웹소설 연재를 통해 얻은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60.3%였다. 웹소설에 상당 부분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작품 한 편당 평균 인세 수준을 묻는 질문에서는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28.4%로 가장 많았다. 별도 보도에서 공개된 조사 결과를 보면 500만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0.8%였고, 1억원 이상이라고 답한 작가는 1%였다.

물론 이를 곧바로 ‘웹소설 작가 대부분의 연소득이 300만원 이하’라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연간 총소득이 아니라 작품 한 편당 인세 수준에 관한 조사이기 때문이다. 작가마다 집필 작품 수와 선인세, 원고료, 2차적 저작물 수익 등 계약 구조도 다르다. 그럼에도 시장 규모와 개별 창작자의 수입을 같은 화면에 놓으면 분명한 질문이 생긴다. 1조원이 넘는 산업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어떤 과정을 거쳐 창작자에게 돌아가고 있는가.

2025년, 웹소설에도 처음 ‘표준계약서’가 생겼다

제도가 움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3월 20일 웹소설 분야 표준계약서 3종을 처음 제정했다. 출판권 설정계약서, 전자출판 배타적발행권 설정계약서, 연재계약서다. 웹소설을 별도의 산업 영역으로 놓고 계약 기준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자동으로 계약이 갱신됐을 때 저작권자가 계약을 끝낼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고, 정산 과정에서 매출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사고나 질병 등으로 치료와 휴식이 필요할 때에는 작가가 휴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으며, 계약 내용을 사업자가 설명해야 할 의무도 포함했다. 2차적 저작물에 관한 권리 역시 원작 계약과 별도로 다뤄야 한다는 방향이 반영됐다. 웹소설처럼 일정한 주기로 다음 회차를 내놓아야 하는 연재산업에서 ‘휴재’가 계약의 언어로 등장한 것은 작지 않은 변화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한계도 있다. 표준계약서는 ‘표준’이지 모든 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단일 계약서가 아니다. 현행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제8조의2 역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보급하도록 규정한다. 정부 역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사업자나 단체를 웹소설 번역지원 사업 등에서 우대하는 방식으로 사용 확산을 유도해왔다. 따라서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졌다는 사실과 실제 개별 작가의 계약이 표준계약서대로 체결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휴재권 역시 마찬가지다. 표준계약서가 사고와 질병에 따른 휴재 요청권을 계약 조항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은 진전이지만, 이것만으로 모든 웹소설 작가에게 휴재 기간의 소득이나 일정 수준의 보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쉴 수 있는 권리’를 문서에 넣은 다음에는, 실제 현장에서 그 문서가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하는 단계가 남아 있다.

표준계약서 발표 두 달 뒤 발견된 ‘1,112개 조항’

창작자 보호장치가 왜 필요했는지는 그해 공개된 또 다른 자료에서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5월 웹툰·웹소설 콘텐츠 제작·공급, 출판, 플랫폼 연재 등을 하는 23개 사업자의 계약 약관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141개 약관에서 시정된 불공정 약관 조항은 모두 1,112개, 유형은 21개였다. 다만 이 역시 숫자를 정확하게 읽을 필요가 있다. 1,112개는 ‘웹소설 계약에서만 발견된 불공정 조항’이 아니다. 공정위가 웹툰과 웹소설 사업자를 함께 조사한 결과다.

그럼에도 발견된 조항의 내용은 웹소설 창작자가 어떤 계약 위험에 노출돼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사업자에게 부당하게 설정하도록 한 조항은 17개 사업자에서 확인됐다. 저작자에게 과도한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거나 책임을 전가한 조항은 21개사, 저작인격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조항은 13개사, 사업자가 계약상 제공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거나 변경할 수 있게 한 조항은 18개사에서 발견됐다.

계약이 끝난 뒤에도 사업자가 작품을 계속 이용할 수 있게 한 조항, 저작자의 동의 없이 계약상 권리를 제3자에게 넘길 수 있도록 한 조항, 정산자료 등 중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을 우려가 있는 조항도 시정 대상이 됐다. 웹소설은 특히 하나의 작품이 웹툰과 드라마, 영화, 게임 등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는 ‘원천 IP’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단순한 부가 권리가 아니다. 원작보다 2차 사업에서 더 큰 매출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품 한 편을 쓰는 순간 작가가 계약하는 것은 현재의 연재 수익만이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IP 가치이기도 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저작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 사이의 간격이 생긴다.

정산서는 투명해졌나

수익배분에서도 같은 문제가 남는다.

표준계약서가 매출 관련 정보를 정산 과정에서 제공하도록 한 것은 중요한 변화다. 창작자가 자신의 작품에서 얼마의 매출이 발생했고 어떤 비용과 수수료가 빠졌으며 최종적으로 얼마가 지급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수익배분의 적정성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불과 두 달 뒤 공개한 조사에서 ‘정산 자료 등 중요 정보를 불성실하게 제공할 우려가 있는 조항’이 여전히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은 제도와 계약 관행 사이의 거리를 보여준다.

여기에 웹소설 특유의 유통구조도 있다. 작가와 플랫폼이 직접 계약하기도 하지만 CP사가 작가와 플랫폼 사이에 들어가는 방식도 널리 활용된다. 공정위 역시 콘텐츠공급사를 통한 계약 증가를 이번 전수점검의 배경 가운데 하나로 들었다. 플랫폼과 CP, 작가를 연결하는 계약 단계가 늘어나면 정산 과정 역시 복잡해질 수 있다.

결국 창작자에게 중요한 것은 단순히 ‘몇 퍼센트를 받기로 했는가’뿐만이 아니다. 그 퍼센트가 적용되는 매출액을 자신이 확인할 수 있는지, 공제되는 비용이 무엇인지, 2차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이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국회에 남아 있는 제도도 있다

정부가 표준계약서를 발표하며 함께 제시했던 후속 과제도 아직 모두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정부는 2024년 11월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웹툰·웹소설의 판매촉진비용이나 가격할인에 따른 비용을 판매자가 저자 또는 출판사에 부당하게 떠넘기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 등이 담긴 법안이다. 그러나 2026년 10월 3일 현재 국민참여입법센터에 공개된 진행 상황은 2025년 1월 10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정과 소위원회 회부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서는 표준계약서의 ‘제정·보급’ 규정은 확인되지만, 이 정부안이 제안한 판매촉진비용 전가 금지 조항이 시행된 상태는 아니다. 표준계약서라는 사전적 기준, 공정위의 불공정 약관 심사라는 사후적 규제, 법 개정을 통한 추가 보호장치가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작품의 제도화는 ‘의무’ 단계로, 작가 보호는 여전히 진행형

그리고 2026년 12월, 웹소설은 또 하나의 경계를 넘어선다.

UCI를 부여받은 웹소설은 더 이상 플랫폼 서버 안에 존재하다 서비스 종료와 함께 사라질 수도 있는 디지털 상품으로만 취급되지 않는다. 국가도서관의 수집·보존 체계 안에서 후대에 남겨야 할 기록물의 성격을 갖는다.

흥미로운 것은 두 제도의 온도차다. 작품의 보존은 법에 따른 ‘납본’의 영역까지 나아간다. 반면 창작자 보호의 핵심 장치 가운데 하나인 표준계약서는 아직 ‘제정하고 보급하는’ 단계에 있다. 계약 문제가 발생하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사후 시정도 필요하다.

웹소설을 둘러싼 제도가 발전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최근 몇 년의 변화는 빠르다. 표준계약서가 처음 생겼고, 불공정한 계약 조항에 대한 대규모 점검이 이뤄졌으며, 정산정보와 휴재권, 2차적저작물 권리에 대한 기준도 구체화됐다.

그러나 산업의 문화적 지위가 높아졌다는 사실과 창작자의 협상력이 함께 높아졌다는 사실은 같은 말이 아니다. 약 1조3500억원의 시장. 1년 동안 웹소설에 부여된 124만여 건의 UCI. 국가가 보존하기 시작한 디지털 서사. 이제 웹소설을 ‘문화콘텐츠’로 인정하느냐는 질문은 상당 부분 지난 질문이 됐다.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다른 문제다. 국가가 작품을 보존하는 시대에,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의 권리는 어디까지 보존되고 있는가.

장민혜 기자 contact@scenefocus.kr